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신 후, 남자와 여자를 지으시고 그들에게 공동의 사명을 부여하셨다(창1:26-28). 남자와 여자 공히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창조물을 맡아 지혜롭게 다스리며, 더 많은 결실을 맺어 번성하게 하신 것이다. 이는 남자와 여자를 통해 이뤄지는 육체적 재생산의 영역을 넘어 물질적 자원, 사회 구조 그리고 문화를 발전시켜 번성하게 하라는 의미다. ‘문화 명령(Culture Mandate)’이라는 신학적 용어로 정의될 수 있는 이 사명은, “우리는 창조주를 닮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창조자가 됨으로써 창조주의 영광을 반영한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은 공동의 사명을 위해 ‘한 부르심’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 주저할 때, 즉 하나님이 주신 은사와 책임을 소홀히 할 때 하나님의 설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빠져버린다. 하나님의 성품 중 일부가 세상에서 숨겨지고, 남성과 여성의 협력 관계가 약해지는 것이다. 바울 사도는 이와 같은 남성과 여성의 상호의존성을 고전11:11에서 언급한다.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남자는 단순히 ‘여자가 아닌 존재’로 정의될 수 없고, 여자 역시 단순히 ‘남자가 아닌 존재’로 정의될 수 없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가족, 교회, 직장 등 어떤 종류의 인간 공동체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번영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의 문화적 규범이 남성과 여성의 역할(영역)을 상당히 축소한다는 데 있다. 이는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일이 가족 농장이나 가내 수공업으로 이루어졌기에 남편과 아내가 함께 일했다. 그래서 여성은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노동에 참여했고, 남성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여했다. 그런데 산업혁명은 노동을 가정과 분리했다. 이 단순한 변화가 성 역할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아버지들은 집을 나와서 사무실과 공장에서 일해야 했기에 가족과 친밀한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어졌고, 여성은 집에서 자녀를 돌보면서 수입을 만들어내던 일을 더는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모두 크게 축소되었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정의가 더 협소해졌다. 

 그러나 우리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는 성경의 관점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동의 사명을 주셨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재능을 주셨다. 세상의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드는 데 사용하라는, 분명한 목적을 담아 주셨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이 주신 모든 자리를 온전히 차지하기를 원하신다. 우리가 그 자리에서 물러서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우리의 재능을 내려놓고 물러서면 누구에게도 축복이 되지 않는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남성의 역할은 경제 활동, 여성의 역할은 가정’이라는 식으로 구분,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경제 활동의 영역, 가정의 영역을 넘어 통합적으로 기능함으로써 하나님께서 맡기신 문화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은 그런 관점에서 우리에게 모범적인 여성상을 제시한다. 그녀는 수공업자이자 지주, 동시에 어머니로서 자신의 일을 통합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여성과 그들의 일에 대한 완전한 비전이다. 

 이와 같은 인식을 토대로, 여성들은, 자기 인생에 어떤 변화가 있을 때에도, 소명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새로운 방법에 적응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나님, 이곳에서 저를 어떻게 사용하실 건가요?” 또는 “지금 저의 기술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도록 이끌고 계신가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답을 얻는 것이다. 당신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미혼의 여성이든, 어린아이를 키우며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는 엄마이든, 아니면 자녀가 성인으로 자라 독립하는 단계에 진입하여 이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든, 현재 직면한 상황에 맞는 여성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폭넓은 비전을 가져라! 하나의 모델만이 성경의 이상을 대변한다는 것은 인간 경험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성경에 나오는 여성들의 다양한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다. 

[위의 글은 조안나 마이어, 『나는 일하는 여성입니다』(도서출판 디모데)에서 발췌, 요약한 글입니다.]